층간소음 분노조절잘해된 썰 (15편)
15. 슬기로운 곰탱이 탐구 생활

병운이 그 거대한 무기로 나를 숨 막히게 옥죄며 애무를 하던 기억을 마지막으로, 눈을 뜨니 이미 아침 햇살이 우리의 얼굴을 스치고 있었다.
사실 어제 그러고 나선 별다른 일이 없었다. 병운이는 짐승처럼 급하게 달려들어 나에게 정신없이 몸에 서툰 키스만 퍼붓더니, 금새 한계에 달한 듯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다 옆으로 픽 돌아눕더니, 이내 만세 자세 그대로 뻗으며 좁은 매트리스 아래 맨바닥으로 '퉁' 하고 떨어져 버린 것이다. 녀석은 거친 숨을 씨익 씨익 쉬며 말 그대로 의식이 나가버렸다.
그럴만도 한 게 우리 둘 다 제주도 여행 이후 마음만 졸이며 제대로 숙면을 취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어제 하루만으론 부족했겠지.
나는 그렇게 매트리스 밑으로 굴러떨어진 이 거구를 어떻게든 다시 올려보려 낑낑대다, 결국 하얗게 질려 포기하고 말았다. 대신 그 녀석의 두툼하고 푹신한 가슴과 배를 매트리스 삼아, 나 역시 그 위에 엎어진 채로 완전히 뻗어 버린 것이다. 말 그대로 기절했다.
우리의 한없이 서툴고도 허무한 첫날밤은 이렇게 지나간 것이었다. 둘 다 그간 꾹꾹 눌러 담았던 그리움이라는 피로에 흠뻑 젖어 지쳐있다가, 마침내 맞닿은 서로의 품에서 긴장이 풀려 그대로 기절해버린 셈이다.

"크으으엉... 퓨우우..."
귓가를 사정없이 때리는 거대한 진동과 규칙적인 소리에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천둥 소리 같기도, 혹은 군 시절에 들었던 전차 소리 같기도. 그나저나 이 녀석, 밤새 이 불편한 만세 자세로 맨바닥에서 내 무게를 온전히 다 받치고 있었던 건가?
"으이구... 미련한 곰. 자세좀 바꿔가며 자지."
나는 녀석의 가슴 위에 턱을 괴고, 아직 세상모르고 코를 고는 녀석의 험상궂지만 순박한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만세 자세 탓에 위로 팽팽하게 당겨졌지만, 그 상태로도 두툼함을 간직한 녀석의 거대한 대흉근 한가운데, 짙은 색의 그것이 묘하게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젯밤에는 녀석의 짐승 같은 텐션에 밀려 차마 제대로 탐구하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 순하고 둔해빠진 곰탱이도 예민한 스팟이 있으려나?'
그 나이 먹고 할 짓은 아니었지만, 속수무책으로 뻗어있는 이 거대한 맹수를 상대로 얄팍한 호기심과 장난기가 발동했다. 나는 엄지와 검지에 살짝 힘을 주어, 녀석의 오른쪽 젖꼭지를 꾹 쥐고 바깥쪽으로 주욱 당겨보았다.
"크흥......!!"
순간, 요란하게 거실을 울리던 천둥 같은 코골이가 뚝 멎었다. 녀석은 눈을 뜨지 않았지만, 반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아주 낯선 소리가 새어 나왔다.
"흐읏... 으음..."
평소의 굵고 낮은 목소리나 코 고는 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묘하게 달뜬 신음. 그 소리와 동시에, 내 손끝에 잡혀 있던 짙은 정점이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돌처럼 딱딱하게 빳빳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100kg가 넘는 거구에 평생 현장에서 구른 사내가, 가슴팍을 살짝 당긴 것만으로 이렇게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줄이야. 내가 손끝으로 그곳을 둥글리며 살살 문지르자, 자고 있는 녀석의 몸에 일순간 훅 하고 긴장이 서렸다.
"흐아아... 형님..."
잠꼬대처럼 웅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는 노곤함과 은근한 쾌감이 듬뿍 묻어 있었다. 녀석은 여전히 눈을 굳게 감은 채,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살짝 틀어 내 손이 있는 쪽으로 제 가슴을 더 바짝 밀착시켜왔다. 기분 좋은 자극을 본능적으로 좇는, 완벽하게 길들여진 짐승의 태도였다.
손끝의 자극만으로도 허리를 비틀며 앓는 소리를 내는 녀석을 보자, 내 안의 짓궂은 가학심이 제대로 고개를 들었다. 나는 녀석의 가슴팍 위로 상체를 조금 더 바짝 붙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희롱하던 그 딱딱해진 정점 위로, 슬며시 고개를 숙여 내 입술을 가져다 댔다.
"흐윽...!"
뜨겁고 축축한 혀끝이 봉긋하게 솟은 돌기를 살짝 핥아 올리자마자, 병운의 몸이 감전된 것처럼 크게 튀어 올랐다. 단순히 손으로 만질 때와는 차원이 다른 노골적인 자극이었는지, 녀석은 잠결에도 두 주먹을 꽉 쥐며 억눌린 교성을 터뜨렸다.
"하아... 흣, 아... 형, 형님..."
내 다리 사이로 맞닿아 있던 녀석의 하반신이 묵직하고 뜨겁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예상보다 훨씬 더 격렬하고 원초적인 반응에 오히려 내가 더 아찔해질 지경이었다. 나는 입술을 떼지 않고, 이번에는 살짝 이를 세워 그 예민한 곳을 지그시 깨물어 당겼다.
"아흑! 혀, 형님!?"
마침내 한계치에 달한 짐승이 번쩍 눈을 떴다.
100kg가 넘는 거구가 펄쩍 뛰어오르며 몸을 일으켰다. 잠에서 막 깬 녀석의 까만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상황 파악을 못 해 거칠게 헐떡이던 녀석의 시선이, 제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입맛을 다시고 있는 나와 허공에서 딱 마주쳤다.
"혀, 형니임... 아침부터 갑자기 거, 거긴 왜..."
녀석은 제 가슴을 커다란 두 손으로 황급히 가리며, 산적 같은 얼굴을 터질 듯이 붉혔다. 거절이나 항의라기보다는, 평생 자신도 몰랐던 가장 은밀하고 치명적인 약점을 무방비하게 들켜버린 짐승의 지독한 부끄러움이었다.
"왜? 내 남친 쭈쭈 내가 좀 빨아먹겠다는데? 안돼?"
나는 입가에 묻은 타액을 엄지로 스윽 닦아내며, 능구렁이처럼 씨익 웃어 보였다.
"아니, 누가 거길... 지금 자는데 그렇게 야시꾸리하게 물고 빨라고 했수까! 그리고 안 된다는 게 아이라... 제가 그쪽이 엄청... 아 진짜, 사람 미치겠수다."
녀석은 수치심에 어쩔 줄 모르며 두 커다란 손으로 제 얼굴을 푹 감싸 쥐었다. 하지만 아무리 얼굴을 가려본들, 이미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정직하게 솟아오른 녀석의 아침 흔적(?)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투명하고 진득한 그것으로 인해, 중심부가 수줍게 촉촉해져 있었다.
"뭘 새삼스럽게 부끄러워하고 그래? 아침이 밝았길래 우리 곰탱이 기분 좋게 일어나라고 모닝콜 좀 해줬구만. 아, 근데 출근해야 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네? 나 오늘 방학 특강 첫날이라고!"
웃음기를 매달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였다.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병운이 슬그머니 손을 내리더니,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은 붉은 얼굴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순박하게만 보이던 까만 눈동자 속에 아까의 그 부끄러움 대신, 무언가 핀트가 엇나간 듯한 맹수의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형님."
"어, 왜. 나 씻어야..."
"진짜... 아침부터 사람 맘 다 헤집어놓고 혼자 쏙 빠져나가시렵니까?"
녀석의 목소리가 아까보다 한 음정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러시면... 제가 형님이 귀여워서 미쳐 죽겠잖수까!!"
"어, 야! 잠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산처럼 거대한 그림자가 짐승처럼 내 위로 훅 덮쳐왔다. 끼기긱- 쾅! 비좁은 싱글 침대가 금방이라도 두 동강이 날 듯 비명을 질렀고, 나는 녀석의 무식한 덩치 밑에 꼼짝없이 깔려버리고 말았다.
"야아! 미쳤어?! 무거워! 으악, 나 진짜 학원 늦는다고!"
내가 당황해서 녀석의 단단한 어깨를 밀어내려 발버둥 쳤지만, 이미 작정하고 내 위로 올라탄 곰탱이를 밀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녀석은 두 손으로 내 양 손목을 가볍게 제압해 머리 위로 꾹 눌러 고정하더니, 제 몸무게를 실어 내 하반신을 빈틈없이 짓눌렀다.
아까 내가 희롱했던 녀석의 단단한 가슴 근육이 내 가슴 위로 노골적으로 부벼졌다. 게다가 아직 진정되지 않은 녀석의 묵직한 아침의 흔적마저 내 허벅지 위로 생생하게 와닿고 있었다.
"아침부터 겁도 없이 잠자는 호랑이 콧털, 아니... 젖꼭지를 건드려놓고 어딜 도망가심까."
"야, 강병운...! 나 출근...! 방학 특강 첫날이라고!"
"특강이고 뭐고 오늘 정 선생님 출근 못 하십니다. 이 놈팽이가 오늘 하루 죙일 물고 빨고 괴롭힐 거니까."
병운은 능청스럽게 씨익 웃더니, 까슬까슬한 턱수염이 가득한 얼굴을 내 목덜미에 사정없이 파묻고 비비기 시작했다.
"아학! 야, 따가워! 간지럽, 아하하하! 항복, 항복!"
"형님이 먼저 성능 테스트한다고 도발하셨잖수까! 제가 무기 제대로 보여드린다 안 했습니까!"
녀석이 턱수염으로 내 여린 목덜미와 턱선을 거칠게 쓸어내리자, 따가움과 간지러움이 섞인 묘한 감각에 미친 듯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숨을 헐떡이며 몸을 비틀자, 녀석은 아예 내 귓불을 살짝 깨물더니 그르렁거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오늘 저녁에 쿠팡 야간조 나가기 전까지 시간 아주 많수다. 형님 오늘 학원 지각할 각오 단단히 하십서."
"야, 놔! 놔아! 나 오늘 1교시부터 펑크 내면 원장한테 찍혀서 내 모가지부터 날아간다고 이 미친 곰탱아!"
학원 원장의 신경질적인 얼굴이 뇌리를 스치자,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며 녀석의 등짝을 퍽퍽 때렸다. 내 짠내 나는 생존형 발버둥에 병운은 그제야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나를 짓누르던 몸을 비켜주었다.
"아이고, 우리 정 선생님 모가지 날아가면 안 되지요. 내가 평생 먹여 살릴 거긴 하지만, 그래도 형님 칠판 앞에서 분필 잡는 모습 엄청 멋있으니까."
"요즘 누가 분필 잡아... 아, 아퍼..."
병운이 큭큭거리며 내 허리에서 팔을 풀었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쓸어 올리며 침대에서 튕겨 나듯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했다. 등 뒤로 "천천히 씻으십서! 제가 아침 챙겨 놓겠수다!" 하는 녀석의 넉살 좋은 외침이 들려왔다.
10분 만에 전투적으로 샤워를 마치고 허리에 수건만 두른 채 나오자, 좁은 주방에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제저녁에 먹고 남은 된장찌개를 데우고, 계란 프라이를 부치는 고소한 냄새.
나는 서둘러 옷장 문을 열고 깔끔하게 다려진 하늘색 셔츠를 꺼내 입었다. 급한 마음에 젖은 머리칼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셔츠 단추를 채우고 있는데, 어느새 가스 불을 끈 병운이 슬그머니 내 등 뒤로 다가왔다.
"형님."
"찌개까지 데웠어? 나 진짜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서 뻗어 나온 굵고 단단한 두 팔이 내 허리를 빈틈없이 끌어안았다. 녀석의 뜨거운 맨가슴이 내 등판에 훅 하고 맞닿았다.
"밥 먹을 시간이 어딨습니까. 5분이라도 더 일찍 나가셔야지. 자, 입 벌려 보십서."
거울 너머로 시선을 돌리자, 병운이 한 손으로는 내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숟가락에 밥과 계란 프라이, 파김치를 야무지게 얹어 내 입가로 들이밀고 있었다. 제 몸뚱이는 아직 반라 상태이면서, 출근하는 애인 굶길까 봐 숟가락부터 들이미는 꼴이라니.
"아, 진짜... 나 애 아니거든."
"아~ 하십서. 시간 없습니다."
나는 툴툴거리면서도 녀석이 내미는 숟가락을 넙죽 받아먹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파김치와 계란의 조화, 그리고 등 뒤에서 나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이 거대한 사내의 체온. 숨 막히게 바쁜 출근길 아침이 이렇게 충만하고 달달하게 느껴진 건 마흔 평생 처음이었다.
볼이 터져라 오물거리는 내 모습을 거울 너머로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던 병운의 낯빛에, 문득 짙은 아쉬움이 스쳤다.
"생각해 보니... 저 오늘 저녁에 쿠팡 출근하면 내일 아침 여덟 시나 돼야 올 텐데... 특강 때문에 낮에 학원에 계시는 형님이랑 시간 완전 엇갈리겠수다."
녀석의 시무룩한 목소리에 내 가슴 한구석도 철렁 내려앉았다. 특강 기간 동안 나는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학원에 매여 있어야 했고, 병운이는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물류센터 야간조로 일해야 했다.
이제 막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당분간은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의 빈자리만 더듬으며 애타게 그리워해야 한다는 현실이 피부로 와닿았다.
나는 말없이 씹고 있던 밥을 꿀꺽 삼키고는, 내 허리를 감고 있던 녀석의 팔을 풀고 몸을 홱 돌려 녀석을 마주 보았다.
"형님...?"
시무룩하게 늘어져 있던 녀석의 까슬한 두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리고 녀석이 채 무슨 말을 잇기도 전에, 나는 까치발을 살짝 들어 녀석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

어젯밤 어둠 속에서 짐승처럼 서로를 집어삼키려 들었던 그런 거친 키스가 아니었다. 나는 녀석의 아랫입술을 부드럽게 머금었다가, 조심스럽게 혀끝을 내어 녀석의 입술 틈새를 다정하게 핥았다. 투박한 수염의 감촉 너머로 녀석의 따뜻하고 뭉클한 숨결이 훅 끼쳐왔다.
병운은 너무 놀란 나머지 커다란 두 눈을 끔벅이며 굳어 있다가, 이내 내 허리를 커다란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며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내 입맞춤에 응해왔다. 서로의 혀가 부드럽게 얽히고, 타액이 달콤하게 섞여 들었다. 온전한 애정과 짙은 아쉬움만이 오롯이 담긴, 우리의 진짜 '첫 키스'였다.
긴 입맞춤 끝에 입술이 떨어지자, 병운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나를 내려다보았다. 녀석의 눈빛이 방금 전보다 훨씬 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너 밤낮 바뀌어서 무거운 거 나르느라 엄청 힘들 텐데. 가서 다치지 말고, 밥 잘 챙겨 먹고, 몸조심해서 일해."
내가 녀석의 가슴팍을 가볍게 토닥이며 다정하게 속삭이자, 녀석의 얼굴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과 세상 다 가진 듯한 미소가 동시에 떠올랐다.
"예... 예! 걱정 마십서, 형님! 저 뼈가 부서져라 일하고 오겠수다!"
"바보야, 뼈가 부서지면 어떡해. 다치지 말라니까."
현관문을 닫고 나서는 내 등 뒤로 녀석의 든든하고 벅찬 배웅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귓가는 여전히 부끄러움으로 화끈거렸고, 녀석의 입술 감촉이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오늘따라 지긋지긋하기만 하던 특강 출근길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경쾌했다. 비록 당분간은 엇갈리는 시간 속에서 애를 태워야 하겠지만, 그 지독한 그리움조차 기꺼이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연인이 되고 첫 아침 일상이었다.
한동안 우리의 시간이 서로 어긋나긴 했지만, 아이들의 방학이 끝나면서 특강이 끝난 나도 주말을 비우고 휴일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병운이도 원래 토요일만 쉬기로 했는데 일요일까지 쉴 수 있도록 배려 받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토요일에 아침에 퇴근하면, 2층 우리 집으로 오라고 말해 두었다. 그리고 그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다녀왔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병운의 몰골은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밤샘 노동의 고단함이 턱밑까지 내려앉아 있고, 입고 있는 티셔츠는 먼지와 땀으로 얼룩져 눅눅했다. 나는 매달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녀석의 가방부터 뺏어 들었다.
"일단 밥부터 먹어. 너 어제저녁도 대충 때웠다며."
"형님, 저 진짜 숟가락 들 힘도 없수다... 그냥 좀만 자면 안 되겠수까?"
"안 돼. 빈속에 자면 속 버려. 내가 다 차려놨으니까 앉기나 해."
나는 꾸벅꾸벅 조는 녀석을 식탁 의자에 앉히고, 뜨끈한 소고기무국에 밥을 말아 한 수저 가득 입에 넣어주었다. 병운은 아기 새처럼 받아먹으며 "맛있수다... 진짜 살 것 같네" 하고 웅얼거렸다. 겨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한 뒤, 나는 녀석을 욕실로 밀어 넣었다.
"씻고 나와. 그래야 개운하게 자지."
욕실 안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나는 퀸사이즈 침대의 시트를 팽팽하게 펴고 녀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잠시 후,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욕실 문이 열렸다.
"와... 진짜."
수건 한 장으로 대충 머리를 털며 나오는 병운은 반라 상태로 짙은 네이비색 팬티 한 장만 걸치고 있었다. 갓 씻고 나와 수증기를 머금은 녀석의 몸은 평소보다 더 거대하고 압도적이었다. 넓고 두꺼운 대흉근 위로 물방울이 주르륵 타고 내려와 탄탄한 복근 사이로 스며드는 광경에 나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형님... 저 이제 진짜 한계임다..."
병운은 몽롱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그대로 침대로 걸어와 나를 덥석 끌어안고 쓰러졌다. 100kg의 육중한 무게가 나를 덮쳐왔지만, 넓고 푹신한 내 퀸사이즈 침대는 우리 둘을 포근하게 받아냈다.
"크으으엉... 퓨우우..."

내 어깨에 고개를 파묻은 지 1분도 안 되어 천둥 같은 코골이가 시작됐다. 비누 향기와 녀석 특유의 묵직한 살 냄새가 뒤섞인, 지독하게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나의 거대한 짐승. 일찍 일어나서 조금 졸리긴 했지만, 이 거대한 환상의 포켓몬이 완벽하게 '내 것'이 되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맘대로 마음껏 보라 했지? 어디 한번 세밀하게 탐구해 볼까."
나는 품에 안긴 채 퍼져 자는 병운을 똑바로 눕힌 뒤 맨몸을 찬찬히 훑으며 입술을 비죽였다. 녀석의 몸뚱이는 갓 씻고 나와서인지 습기를 머금어 묘하게 끈적하면서도 폭신한 감촉이 있었다.
가장 먼저 내 손길이 닿은 곳은 녀석의 압도적인 가슴팍이었다. 이불 밖으로 훤히 드러난 거대한 대흉근. 나는 두 손바닥을 녀석의 가슴 한가운데 골짜기 사이로 들이밀었다. 넙데데한 내 두 손이 녀석의 흉근 사이에 완벽하게 파묻혔다.
'와... 진짜, 이 두께 봐라. 무슨 두꺼운 찹쌀떡 반죽 같네.'
나는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딴딴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 근육의 테두리를 따라 느릿하게 꾹꾹 눌러보았다. 겉은 비누 향이 나는 부드러운 살집으로 덮여있지만, 그 속은 평생 노가다 판에서 단련된 바위처럼 단단한 근육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진한 까만색의 가슴털은 뻑뻑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보들보들한 병운이의 성격처럼 부드러웠다.
나는 홀린 듯이 한쪽 손을 들어 녀석의 오른쪽 가슴 전체를 움켜쥐었다. 손바닥 한가득 꽉 차는 묵직한 부피감. 손가락을 오므려 두꺼운 근육 뭉치를 거칠게 주물럭대자, 녀석의 가슴이 내 손가락 사이로 진득하게 비어져 나왔다.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녀석의 깊고 뜨거운 체온과 불규칙한 심장 박동에 내 등골을 타고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아 진짜... 이 조각한... 아니지 장인이 반죽한 듯한 이 탄력있는 몸집.'
머릿속에서 이 완벽한 몸이 나의 것이라 죄책감 따위 느낄 필요가 없다고 미친 듯이 외쳤지만, 뭔가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 문화재 같은 것을 만지는 기분에 나는 미친 듯이 요동치는 심장을 억눌러야 했다. 그리고 아예 녀석의 가슴팍 위로 상체를 조금 더 바짝 붙였다.

나는 아까부터 시선을 빼앗았던 그 성감대, 짙고 딱딱해진 정점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꼬집었다.
"흐윽...!"
잠결에도 녀석의 몸이 찌릿하게 감전된 것처럼 살짝 등이 휘며 튀어 올랐다. 녀석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억눌린 신음을 터뜨렸지만, 눈은 뜨지 않았다.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내 머리를 감싸 안고, 제 가슴을 내 입술 쪽으로 더 바짝 밀착시켜왔다.
그 무방비한 반응에 내 안의 짓궂은 정복욕이 끓어올랐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예 녀석의 빳빳하게 기립한 돌기를 입술 전체로 깊게 머금은 채 아주 강하게 빨아당기기 시작했다.

"쯉, 츄웁..."
조용한 방 안에 혀가 얽히는 듯한 외설스러운 마찰음이 질척하게 울려 퍼졌다. 거대하고 단단한 대흉근의 거친 질감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혀끝에서 굴려지는 예민하고 달아오른 정점의 감촉은 이성을 마비시킬 만큼 자극적이었다. 내가 입안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그곳을 집요하게 핥아 올리며 흡입하자, 100kg의 거구가 침대 시트를 찢어질 듯 꽉 움켜쥐며 격렬하게 펄떡였다.
"하아앗...! 혀, 형님... 아, 읏...!"
결국 도를 넘은 강렬한 자극에 짓눌린 녀석이 헉, 하는 숨을 들이켜며 번쩍 눈을 떴다. 시뻘겋게 충혈된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허공을 헤매다, 제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짐승처럼 탐닉하고 있는 내 정수리에 닿았다.
"하아... 형님, 진짜... 사람 미치게..."
녀석의 커다란 두 손이 내 어깨를 꽉 쥐어왔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내 허리를 잡아 뒤집어누르고도 남았을 텐데, 밤샘 노동으로 진이 다 빠져버린 곰탱이는 뜨거운 숨만 색색 내몰아쉴 뿐 몸을 가누지 못했다. 녀석은 내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넘기며, 당장이라도 나를 집어삼키지 못해 애가 탄다는 듯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저 진짜... 뼈마디가 쑤셔서 도저히 힘이 안 납니다... 하아... 이따가, 점심때 일어나면... 그때 제대로 다 대줄 테니까, 지금은 제발 좀 봐주십서... 으응?"
짐승처럼 달아오른 숨을 헐떡이면서도 처절하게 자비를 구하는 그 쉰 목소리가 어찌나 애처롭고 꼴리(?)던지. 녀석은 아쉬움을 견딜 수 없다는 듯 내 정수리에 쪽쪽쪽 급하게 입을 맞추더니, 이내 한계에 달한 듯 두 눈을 스르르 감고 다시 깊은 기절 상태로 빠져들었다. 가슴 한켠의 젖꼭지 주변이 발그레 해진 채 말이다. 그 모습도 너무 예쁘다.
"진짜지?"
나는 피식 웃으며 입가에 묻은 타액을 닦아냈다. 녀석은 다시 뻗어버렸으면서도, 내 입술 쪽으로 제 가슴을 슬쩍 더 밀착시켜놓고 있었다. 장난으로 시작한 자극을 본능적으로 좇는, 완벽하게 길들여진 맹수의 태도였다.
이 정직한 반응들을 보니 다음 번에 어떻게 사랑해주면 좋을까 생각이 조금 많아졌다.
"이러니까 내가... 비밀을 풀겠다고 설레발을 치지."
나는 녀석의 통나무 같은 팔뚝을 들어 올려 겨드랑이 사이로 코를 킁킁대고 들이밀었다. 꼬릿한 비누 향기와 녀석 특유의 묵직한 살 냄새가 섞여 있어 은근히 중독성이 있었다.
다시 시선을 아래로 옮겨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녀석의 커다란 발을 슬쩍 훑었다. 넙데데하고 두툼한, 진짜 곰 발바닥 같은 발. 나는 녀석의 통통한 발가락 사이사이에 내 손가락을 깍지 끼듯 집어넣어 쫙 벌려보았다.

"으음..."
발가락이 벌어지자 병운이 잠결에 간지러운 듯 미간을 찌푸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나는 킥킥거리며 녀석의 발바닥에 코를 들이댔다.
'음... 꼬릿한데. 꼬릿꼬릿하면서도 구수한 이 냄새...?'
나는 그 꼬릿한 냄새가 묘하게 사람을 안정시키는 구석이 있어서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참나 하다하다 곰 발바닥 냄새에 중독되다니.
내가 녀석의 발바닥을 간지럽히며 장난을 치자, 병운이 몸을 크게 뒤척였다. 그러더니 다리를 개구리처럼 쩍 벌리고 팔을 더 완벽한 대(大)자로 뻗으며 침대 한가운데를 장악해 버리는 게 아닌가. 마치 '만지기 편하게 다 열어드릴 테니, 귀찮게 굴지 말고 적당히 주물러 보십서' 하고 자리를 깔아주는 듯한 그 태평한 자태에 나는 그만 침대에 이마를 박고 낄낄대며 숨넘어가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녀석의 쩍 벌어진 넓은 가슴팍 위로 기어 올라가, 그 두툼한 근육 위에 내 뺨을 부비적대며 편안하게 자리를 잡았다. 꼬릿한 냄새와 비누 향기가 뒤섞인, 지독하게 인간적이고 사랑스러운 나의 거대한 짐승. 일주일 치의 애타는 그리움이 녀석의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 소리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완벽하게 평화롭고 끈적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일주일 동안 차곡차곡 쌓아뒀던 애타는 갈증을 풀어낸 주말 아침. 녀석의 든든한 가슴 매트리스 위에서 나도 달콤한 늦잠에 빠져들려 했지만, 이내 말똥말똥해진 눈으로 천장을 응시해야 했다.
피곤하긴 한데,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평생을 혼자 자던 넓고 서늘했던 퀸사이즈 침대 한가운데에, 나를 온전히 사랑해 주는 100kg짜리 거대한 온열기가 대자로 뻗어 있다는 이 비현실적인 상황이 자꾸만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켰다.
"진짜... 자는 것도 곰 같네."
나는 엎드린 채로 고개를 들어 녀석의 몸을 다시금 찬찬히 뜯어보았다. 방금 전 나에게 진을 쏙 빼앗기고 완벽하게 뻗어버린 녀석은, 숨을 쉴 때마다 거대한 산맥처럼 가슴과 배를 웅장하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까무잡잡하고 두꺼운 피부 위로, 평생의 고된 노동이 새겨놓은 잔근육과 굵은 핏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나는 홀린 듯이 손을 뻗어 녀석의 오른쪽 가슴을 양손으로 덥석 움켜쥐었다.
"이 두께감은 진짜... 만질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

내 하얗고 마른 손가락이 녀석의 시커멓고 거대한 대흉근 위를 느릿하게 유영했다. 겉은 찹쌀떡처럼 부드럽고 말랑한데, 손끝에 힘을 주어 꾹 누르면 그 안에는 무쇠처럼 단단한 근육 덩어리가 꽉 차 있었다. 나는 밀가루 반죽을 치대듯 녀석의 가슴을 이리저리 주물럭거리다가, 녀석의 짙고 큼지막한 정점 위로 검지 손가락을 가져갔다.
손끝으로 그곳을 둥글리며 살살 문지르자, 깊은 잠에 빠져 코를 골면서도 녀석의 몸이 미세하게 움찔거리며 그 부분이 돌처럼 빳빳하게 기립했다.
"큭... 머리는 자고 있는데 몸은 엄청 정직하단 말이지."
내 손길에 반응하는 이 솔직하고 야한 몸뚱이가 너무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녀석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이번에는 얼굴 쪽으로 기어 올라갔다.
산적처럼 까슬까슬하게 턱수염이 덮인 굵은 턱선. 하지만 그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입술을 살짝 벌린 채 새근거리는 표정은 꼭 커다란 리트리버 같았다. 나는 검지 손가락으로 녀석의 볼을 콕콕 찔러보았다.
"덩치에 안 맞게 볼살은 또 말랑말랑해가지고..."
나는 녀석의 볼을 양옆으로 쭉 잡아당겼다가 놓으며 혼자 킥킥거렸다. 그러다 충동적으로 고개를 숙여, 녀석의 이마에 한 번, 까슬한 볼에 한 번, 그리고 두툼한 입술에 '쪽' 하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
혼자만의 짝사랑 꽁트라도 찍는 것처럼 가슴이 간질간질했다. 나는 내친김에 녀석의 굵고 무거운 통나무 같은 팔뚝을 낑낑거리며 들어 올려 내 목 아래로 쑥 집어넣었다. 팔베개를 하려던 심산이었지만, 녀석의 팔뚝이 내 목통보다 두꺼운 탓에 5분도 지나지 않아 뒷목이 뻐근해지고 피가 안 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이고, 목이야... 무식하게 두꺼워 가지고 진짜."
결국 팔베개를 포기한 나는, 아예 녀석의 두꺼운 몸통 위로 커다란 이불을 폭 덮어씌운 뒤 녀석의 허리춤을 두 팔과 다리로 문어처럼 꽉 끌어안았다. 이 거대한 수컷의 냄새와 체온 속에서, 나는 그제야 꾸벅꾸벅 얕은 잠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창틈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제법 뜨거워진 정오 무렵.
"음..."
내 품 안에서, 아니 내가 매달려 있던 거대한 산맥이 꿈틀거리며 뒤척이기 시작했다. 녀석이 밤새 쿠팡에서 육체노동을 하고 아침 7시에 퇴근했으니, 최소한 오후 늦게까지는 죽은 듯이 자야 정상이었다. 겨우 4시간 남짓 지났을 뿐인데.
나는 비몽사몽간에 눈을 반쯤 뜬 채로, 버릇처럼 녀석의 빳빳해진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 손등 위로, 솥뚜껑만 한 거대한 손바닥이 훅 덮여왔다.
"...다 갖고 노셨수까?"
번쩍 고개를 쳐들자, 녀석이 언제 잠에서 깼는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이 덜 깨서 눈두덩이는 퉁퉁 부어 있었지만, 그 까만 눈동자 안에는 나를 향한 지독한 애정과 억눌린 설렘이 뚝뚝 묻어나고 있었다.
"어... 너 벌써 깼어? 더 자지. 이제 겨우 점심때인데."
"형님이 잠도 못 자게 제 몸뚱이를 쪼물딱거리고, 만지고, 뽀뽀하고 난리를 치시는데 제가 어떻게 잡니까."
병운은 낮게 그르렁거리며 웃더니, 나를 감싸고 있던 커다란 팔에 훅 힘을 주었다.
"으흣...!"
순식간에 내 몸이 녀석의 넓은 품 안으로 푹 빨려 들어갔다. 100kg가 넘는 거대한 덩치가 내 몸을 숨 막히도록 꽉 옥죄어왔다. 갈비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맹수의 포옹이었지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친 듯한 온기와 박동이 내 온몸의 솜털을 쭈뼛 서게 만들었다.
녀석은 내 몸 부서질 듯 꽉 끌어안은 채, 커다란 고개를 숙여 내 얼굴 구석구석에 입술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쪽! 쪼옥! 쪽! 쪽!"
"아하하! 야, 강병운! 수염 따가워! 숨 막혀!"
"제가 아까부터 얼마나 꾹 참고 자는 척했는지 아십니까! 형님이 제 볼 만지고 뽀뽀할 때, 당장 뒤집어서 확 잡아먹고 싶은 거 허벅지 찌르면서 참았수다! 형님만 저 만지고 싶은 줄 아심까? 저도 형님 엄청 만지고 싶어서 손이 다 근질근질했다고요!"
병운은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며 내 귓불, 코끝, 입술에 정신없이 버드키스를 쏟아부었다. 아침에 그 섹시하고 통제 불능이던 짐승은 어디 가고, 주인을 며칠 만에 만나서 꼬리가 떨어져라 반가워하는 미련한 대형견 한 마리만이 남아서 내 위를 뒹굴고 있었다.
"쪽! 형님 진짜, 사람 피 말리게 예뻐 가지고..."
녀석의 입맞춤이 점점 짙어지더니, 녀석의 두껍고 거친 손바닥이 다시금 내 허리선을 타고 끈적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녀석의 하반신이 내 허벅지에 닿으며 아침의 그 무시무시했던 텐션이 다시금 고개를 들려는 찰나였다.
"아, 안 돼. 스톱, 스톱!"
나는 녀석의 다가오는 두꺼운 가슴팍을 두 손으로 퍽 밀어내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왜, 왜 그러십니까, 형님? 아까는 마음대로 다 하라면서..."
병운이 잔뜩 달아오른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밀며 억울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쓱 쓸어 올리며, 짐짓 깐깐한 선생님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이 곰탱아. 일주일 만에 겨우 쉬는 날인데, 하루 종일 침대에만 처박혀 있을 거야? 우리 점심 먹고 밖에도 좀 나가서 제대로 데이트라는 것도 하고 그래야지."
"데이트... 요? 밖에 나가서?"
병운의 두 눈이 토끼처럼 커졌다. 평생 누군가와 번듯한 '데이트'라는 걸 해본 적 없을 이 순박한 사내에게, 그 단어는 꽤나 가슴 떨리는 충격인 모양이었다.
"그래. 이 칙칙한 방구석 말고, 남들 다 하는 것처럼 밖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고 하자고. 내가 너 입히려고 예쁜 셔츠도 하나 샀지롱."
나는 내 허리를 감고 있는 녀석의 굵은 팔뚝을 툭툭 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아쉬워도 참아. 얼른 일어나서 씻어. 나 배고프니까 점심 준비할 테니까."
"아... 진짜 미치겠네. 밖에 나가기 싫은데... 형님이랑 침대에서 계속 붙어있고 싶은데..."
"일요일까지 계속 침대에서 뒹굴 수 있는데 뭘."
내가 침대 밖으로 쏙 빠져나가자, 거대한 매트리스 위에 홀로 남겨진 병운이 이불을 껴안고 다리를 바동거리며 격렬하게 투정을 부렸다. 산적 같은 얼굴로 투실거리며 앓는 녀석의 모습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나는 결국 소리 내어 웃어버리고 말았다.
"씻고 나오면 예뻐해 줄 테니까 얼른 들어가, 이 곰탱아!"
"곰탱이 아니우다!"
"알았어 내 사랑스런 곰돌이~"
"그건 좋수다. 헤헤."
나는 녀석의 커다란 엉덩이를 발끝으로 툭 차고는,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일주일 치의 피로가 싹 가시는, 눈부시게 완벽한 주말의 시작이었다.
주방에서 미리 양념에 재워둔 불고기를 달달 볶고 있을 때였다.
"다 씻었수다."

욕실 문이 열리고 뽀얀 수증기가 걷히며 걸어 나오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쥐고 있던 주걱을 하마터면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중요 부위만 수건으로 아슬아슬하게 가린 채 걸어 나오는 녀석은 그야말로 남신(男神)이 따로 없었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흑발에, 넓은 어깨와 쩍 갈라진 두꺼운 대흉근을 타고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수건 위로 위태롭게 자리 잡은 치골과 짐승 같은 복근의 음영을 보며, 나는 '아,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발칙한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내 감상이 무색하게도, 병운은 젖은 머리를 대충 털어내더니 금세 바닥에 벗어둔 팬티와 티셔츠를 훌렁훌렁 주워 입어버렸다.
'아... 눈 호강 좀 더 할 수 있었는데.'
순간 아쉬운 마음이 훅 밀려왔지만, 이내 픽 웃음이 났다. 이제 저 엄청난 몸뚱이는 완벽한 내 소유니까. 앞으로 질리도록, 원할 때마다 벗겨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입꼬리가 절로 씰룩거렸다.
"와... 냄새 장난 아닙니다. 형님, 이거 다 형님이 하신 겁니까?"
"엉. 얼른 와서 앉아."
나는 녀석이 끓여줬던 된장찌개에 보답하고자, 평소 혼자 먹던 것보다 훨씬 더 넉넉하게 상을 차렸다. 어머니가 늘 보내주시는 오징어젓갈이랑 갓김치, 배추김치도 썰어 놓고, 미리 끓여둔 미역국에 방금 볶은 불고기, 거기다 동그랑땡과 샐러드까지. 사실 반찬 구성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햄이나 고기를 좋아하는 내 '초딩 입맛'이 그대로 보이긴 했다.
하지만 식탁 앞에 선 병운의 반응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격렬했다.
"이런 상은... 진짜 저희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이후로 처음 봅니다. 와, 진짜 감격스럽수다..."
녀석의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얼굴 한 번 뵌 적 없는 분이지만, 이런 마음 넓고 순박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님이라면 분명 인심이 넉넉하고 따뜻한 분이실 거라고 짐작만 했었다. 하지만 내가 차린 이 초딩 입맛의 소박한 밥상을 보고 어머니의 밥상을 떠올리다니. 내심 뿌듯하면서도, '아씨, 좀 더 신경 써서 근사하게 차릴 걸 그랬나' 하는 묘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형님, 진짜 고맙수다. 저 진짜 눈물 날 것 같..."
또다시 녀석의 까만 눈동자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덩치는 산만 한 게 툭하면 우는 이 울보 곰탱이를 어쩌면 좋을까. 나는 녀석이 진짜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전에, 황급히 녀석의 등 뒤로 다가가 그 두꺼운 허리를 두 팔로 꽉 끌어안았다.
"아휴, 밥상 하나 가지고 또 운다! 자, 밥 먹으러 출발!"
나는 분위기를 띄워보려 기합을 팍 넣고 녀석을 번쩍 들어 올려 식탁 의자로 옮기려 했다.
"으랏차차...!"
순간 내 척추에서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를 악물고 간신히 녀석의 발을 바닥에서 1cm쯤 띄우긴 했지만, 100kg가 넘는 거구는 마흔 살 학원 강사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절대 아니었다.
"혀, 형님?! 무겁수다, 내려놓으십서!"
"어, 어어...! 윽!"
결국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힘이 풀려버렸고, 녀석을 바닥에 '쿵!' 하고 내동댕이치듯 내려놓고 말았다. 반동으로 나 역시 녀석의 넓은 등짝 위로 주저앉으며 미끄러졌다.
"아하하하학! 야, 너 진짜 무겁다!"
"아이고, 제 허리! 거 봐라 안 했습니까! 형님 허리 부러질 뻔했수다!"
"너 100kg은 족히 넘을 거고. 무게 얼마나가."
"마지막으로 잰 게 108kg 이었나..."
"히익!"
내가 녀석의 등허리에 엎어진 채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리자, 엉덩방아를 찧은 병운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껄껄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바람에 녀석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들어가 버렸다.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나서야 우리는 마주 앉아 제대로 숟가락을 들 수 있었다.

"이야 진짜 꿀맛입니다. 형님 요리 솜씨가 이리 좋은 줄 몰랐수다."
"맛있으면 많이 먹어. 밥 모자라면 말하고."
"참나, 제가 지금까지 대체 누구 앞에서 밥을 해 먹여 살리니 어쩌니 주름을 잡았는지 모르겠수다. 허허"
"자취 경력이 몇 년인데, 이 정도 쯤이야."
"형님은 못 하는 게 없어서 너무 부럽수다."
"뭐래. 너는 그 얼굴이랑 몸이 다 했어!"
우린 아이들마냥 키득키득 웃어가며 한창 식사를 했다. 초딩스런 식단에, 초딩같은 대화들. 마냥 행복한 식사였다.
볼이 미어져라 불고기와 동그랑땡을 입에 밀어 넣는 녀석을 보며 흐뭇하게 미역국을 떠먹고 있을 때였다. 녀석이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조금 조심스러운 얼굴로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저, 형님... 저 집을 좀 알아봐야 할 것 같수다."
"어? 집을?"
숟가락을 든 채 멈칫한 내 머릿속으로, 순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지난 5월, 이 집주인 영감님과 나누었던 통화 내용.
[아마 8월쯤일 게야. 그때까지만 총각이 눈 딱 감고 조금만 참아봐. 내가 그 덩치 큰 놈은 8월 되면 무조건 내보낼 테니까...]
헉... 맞다.
내가 층간소음으로 하도 민원을 넣고 경찰까지 부르는 바람에, 참다못한 집주인이 위층 녀석을 쫓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사실을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아니, 야...! 그걸 왜 이제 말해!"
내 다급하고 당황한 목소리에 병운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게... 집주인 할아버지가 방 빼라는 건 미리미리 세입자한테 말해줘야 한다면서 5월 달에 이미 전화로 말씀하셨던 거고... 그때는 솔직히 형님한테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아서 말을 못 하지 않았겠슴까. 근데 저도 매일 야간조 뛰고 사는 게 바쁘다 보니까 깜빡 잊고 있었다가, 달력 보니까 벌써 8월이 되어버려서 갑자기 생각났지 않겠수까..."
"아..."
맙소사.
망했다.
결국 내 연인을 길거리에 나앉게 만든 원흉이... 바로 층간소음 민원 폭격기였던 '나'였다니! 이 기막힌 타이밍을 대체 어떻게 수습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이... 형님은 내 가슴팍이 그렇게 좋수까? 동생 너무 부끄럽수다. 아휴..."
"츄웁쭙쭙... 그럼 이런 가슴을 매일 안 괴롭히고 배겨?"

"크흐흐흥! 나는 분명 부끄러우니 그만하라 했수다! 이제 마이턴이우다!"
"알았어. 알았어. 으아아악 잘못했어."
야한 샷이 너무 나와서 이젠 보너스 샷 정도론 야해 보이지도 않네 ㅋㅋㅋㅋㅋ
예상치 못하게 분량이 너무 길어지는 걸 보니 달달해지니까 같이 폭주하고 있는 것 같...
다음 화가 마지막 화인데,
계속 뭔가가 생각이 나서 다음 화를 엄청 길게 쓰고 완결할지
아니면 두 편으로 쪼갤지 생각 중인데,
고민 좀 더 해볼게. 주말까진 올리겠어요.ㅠ
짤 진짜 개꼴린다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