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외삼촌의 장례
지난 주에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지금 아내와 냉전 중이다. 큰 애는 작년 2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들어갔고, 둘째 딸은 고3이라 집에 거의 없는 조용한 집…
아내는 외삼촌 병수발을 극도로 혐오했고, 요양병원에도 오지 않았고 장례식은 조용하고 쓸쓸했다…
아내라는 여자랑 21년을 살았는데, 난 이쪽에도 저쪽에도 빠져들지 못하고,
가끔 만나는 연하동생도 시큰둥하고, 아내와 각방으로 내외한지는 오래됐다.
연애결혼을 했지만 여자로 채워지지 못했고, 이반세상에 들어왔지만 공허하기만 하다.
이렇게 살아가는게 맞는건가 싶기도하고, 내가 행복한지도 잘 모르겠다…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정말 사고였는지, 가정폭력에 못견딘 엄마의 선택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아버지란 인간은 내가 열살 무렵까지 같이 살았는데, 정말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술만 마시면 지겹게도 때렸다. 열살도 안된 어린애인데, 갈비뼈도 어려번 부러져봤고, 안와골절도 있었다.
옆집의 신고로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양육시설(고아원 비슷한)에 임시로 맡겨지고, 외삼촌이 급히 나를 데리러 오셨다…
외삼촌은 나를 데리고 살 때, 다른 아저씨와 같이 살고 있었는데 그 때 내가 학대 당한 상태를 보고, 두 분이 엄청 잘해주셨다.
내가 같이 살게되고 얼마 안 있어서, 같이 살던 아저씨는 집을 나가시고, 가끔씩만 집에 놀려오셨다.
국민학교, 중학교, 실업계 고등학교를 마치고, 나는 취업을 했다.
취업하면서 회사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다시 그 집을 나왔다.
외삼촌이 알고 지내던 그 아저씨 도움으로 다시 대학에 진학하고 대졸자란 신분으로 현재 이 직장에 들어온지 23년째다.
20대때는 내가 바이인지 몰랐기 때문에 여자를 많이 사귀고, 동거도 많이 했었다.
외삼촌이 많이 보듬어 키워서 아빠없는 티는 안났지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컷다. 그래서 여자를 사귈때 애정에 목말라하고, 섹스에 집착했었다. 그리고 30이 넘어서 인터넷을 통해서 남자를 만나면서 이반생활을 시작했다.
외삼촌의 장례식은 많이 초라했다. 외삼촌의 지병 때문에 받아주는 요양병원도 없고, 숨기고 들어갔다가 알게되면 쫓겨났다.
외삼촌은 후천성 면역결핍증이었다. 사인은 암이었지만…
외삼촌 휴대폰에는 저장된 전화번호가 10개도 되지 않았다.
외삼촌이 병세가 악화된 후 모두 지운듯했다.
내 번호, 와이프 번호, 큰 외조카 우리 아들… 그리고 몇몇 닉네임으로 저장된 사람들 그 흔한 문자나 카톡도 하나 없이 싹다 지워진 상태였기에, 가장 최근에 통화기록이 있는 선호(가명)란 분에게 연락을 했다.
외삼촌의 부고를 알리니 엄청 놀라는 목소리였지만… 문상을 올거 같지 않았다.
부고문자를 남겨달라길래 남겨놓고, 삼일장을 치루는 동안 기다렸지만 새벽발인을 앞두고 새벽에 남자 세분이 찾아왔다.
한 사람은 외삼촌이 마지막까지 만나던 분, 한 사람은 외삼촌 젊을 시절에 사귀던 그 아저씨의 애인이었던 분, 한 사람은 지인이었다.
외삼촌의 요양병원 서랍에 보관중이던 금반지를 외삼촌이 만나던 분에게 드렸다.
40대 초반 엣된 얼굴이었는데, 아무말 없이 반지를 줬더니 정말 많이 울었다.
저 사람도 외삼촌 처럼 아픈 사람일까… 외삼촌의 병명과 사인을 알려줬지만 세 사람도 놀라지 않고, 조용한 침묵에 내 간단한 사연을 들어주셨다.
내 어릴적 외삼촌과 만나던 분도 몇년전에 돌아가셨다고, 외삼촌이 아프기 전까지 서로 의지하며 연락하고 살던 분들이었다.
장례식과 화장은 간단하게 끝났다.
상조회사에서 간단히 발인절차를 해줬고, 흔한 종교의식도 없이 묵념하고 끝났다.
운구는 사람을 사서 했다.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을 하고 나오는데… 나무관에 넣어온 유골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왈칵 났다.
아내는 외삼촌의 병명을 알고는 너무 혐오했다.
요양병원을 옮겨야하는 동안 우리집에 잠시 모시자는 것도 나와 대판 싸우면서 극도로 혐오했다.
요양병원 방문이 가능해지면서 나는 매주 외삼촌을 찾아가서 얼굴을 닦아주고, 손발을 닦아줬다.
70대 초라한 게이였던 외삼촌… 후천성 면역결핍증으로 눈은 멀고, 치매가 와서 내 얘기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내 열살에서 스무살까지 외삼촌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는 것 처럼, 같이 살던 애인도 내보내고 내 뒷바라지를 해줬다는 걸 안다.
내가 이반이 된건 내 선택일 뿐이지만, 외삼촌이 몰랐길 바랄 뿐… 나도 외삼촌이 이반인 걸… 성인이 되서 알았지만, 끝내 내색하지 않았다.
이제 외가쪽 인연은 끝났다.
엄마는 사진 몇장뿐, 기억도 나지 않지만. 우리 외삼촌, 내 어릴적 매일 씻겨주고 안아주고, 해달라는거 다 해주고, 나만 바라보고 살아준 외삼촌…
외로운 게이였던 외삼촌… 외삼촌이 많이 보고 싶다.
이 집이 외롭다…
이거 너무 슬프네... 초라하고 외로운 게이였던 외삼촌... 주인공도 결국은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아내, 채워지지 않는 이반생활로 끝인건가ㅜ 일찍 깨닫고 여자같은거 모르고 사는게 오히려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