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잘 지내니

스벅 건너편에 같이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는 훈훈한 군복 + 후드티 브로.
부럽다. 나도 저나이에 일반인지 아닌지 썸곰한마리와 달달하게 허벅지 맞대면서 앚아 즐겼는데. 저렇게 가볍게 함께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친구가 나도 지금 있었으면. 나이 때문일까, 그 당시에는 교회친구들과 그렇게 포개어 앉아 있을때 우리둘의 관계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쟤내 살갑게 엉기는군 했겠지만 실제로 우리사이에 그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나가 살포시 기대면서 친구 어께냄새를 맡아본다.
그때도 나도 그렇게 했을까? 그 친구를 백허그하면서 한번 정도 그랬겠지? 분명 앞에서 허그할땐 그 친구가 먼저 볼을 맞대어 비벼줬다. 그 시대엔 누구도 "게이냐" 이러지 않았는데. 아니, 딱 한 동생이 나한테 돌직구를 날렸었지. 형이 그 형 바라보는 눈빛에서 보인다고. 그 동생은 지금 잘 지낼까. 잘 살아있을까. 살아 있어야 하는데.
그때 서로 볼맞대던 친구는 지금 딸이 둘이다. 우리 애도 이번주 수능을 치뤘다. 그 친구와는 가끔 문자 하나씩 날리지만, 얼굴본지는 몇년이 되었다.
그립다.
지금도 브로들은 허벅지만 맞대고 웃고 있다.
그냥 잊어. 지금 삶에 충실해. 그러려고 그 삶을 선택했잖아.
누군 그러지 못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이 인생을 살고 있겠어?
그 때 그 시절에? 내 나이가 얼만지 말하지 않겠지만 내 시대도 그랬어.
네가 조금 용기가 없었던 거야. 이해해 대부분 용기내기 힘든 시대였던 거.
하지만 버티고 살아간 사람도 분명 있어. 운명보다 다른 것이 더 소중했던 거야.
지금의 가족에게 상처주지 않게 이 세계는 잊어.
그도 딸 둘의 아빠로 그렇게 살고 있을테니. 이런 추억은 공유하기보다 혼자 마음 깊이 간직해.
인생이 드라마나 영화처럼 관대하게 공감할 수 있지 못하잖아.
네 인생은 이제 혼자만의 인생이 아니야. 그럼 선택한 그 인생을 책임감있게 살아.
그리고 행복하게 누군가의 아버지로, 그냥 살아. 행복하게 살아 꼭.